박재현의 동양철학 풍경(1)

기사입력 2018.08.30 13:22
기사링크 : http://busan-news.com/787
댓글 0

위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URL 복사하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20180830151625_b04a05c6f222b471cacc47bd8db294ea_d76z.jpg
박재현 (동명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부 교수)

마음이 하는 일에는 까닭이 없다. 마음은 늘 저절로 그러해서 그러한 것이니 우여곡절을 따질 것이 못 된다. 마음이 저절로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꿈이다. 동양고전 가운데 주례(周禮)를 보면 꿈에는 여섯 가지가 있다고 했다. 정몽(正夢)은 글자 그대로 정상적인 꿈이다. 성장기의 아이들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꿨다고 하면, 어른들은 크느라고 그런다고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는데 그런 꿈이 정몽이다. 태몽(胎夢)도 정몽에 속한다.

가위눌리거나 자다가 경기한다고 말하는 꿈은 악몽(噩夢)이라고 한다. 악몽(噩夢)은 악몽(惡夢)과 비슷해 보이지만 좀 다르다. 악몽噩夢은 놀람을 강조한 데 비해서 악몽惡夢은 나쁘거나 싫다는 느낌을 강조한 것이다. 생각이 너무 사무쳐서 꿈에서까지 나타난 것은 사몽(思夢)이라고 한다. 또 오몽(寤夢)은 깨어 있으면서 꾸는 꿈이다. 깜빡 졸다가 꿈꾸는 것이나 멍하니 딴 생각하는 것 따위다. 신나는 꿈은 희몽(喜夢)이라고 하고, 깨고 나서도 몸이 으스스 떨리는 무서운 꿈은 구몽(懼夢)이라고 그런다. 구몽은 무서움이라는 점에서 악몽과 비슷해 보이지만, 꿈꾸면서 놀라는 게 악몽이고 마음속의 두려움이 꿈에 나타나는 것은 구몽이다.

한 생각 홀연히 일어나는 것이 마음이고, 마음이 저절로 그려내는 세상이 꿈이라면,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한 편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 된다. 악몽은 나쁘고 희몽이라고 좋을 것도 없다. 여섯 가지 꿈은 꿈이라서 끝내 모두 가엾다. 계속 꾸고 있을 수도 없고 자리를 털고 후딱 일어나버릴 수도 없는 얼떨떨하고 막연함이 꿈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똑같이 느끼는 심정이다. 그렇다면, 삶이 한 자락 꿈이라 것을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게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부산뉴스 기자 bs@busan-news.com]

위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URL 복사하기
<저작권자ⓒ부산뉴스 & bus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0
이름
비밀번호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