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의 동양철학 풍경(2)

기사입력 2018.09.1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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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동명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부 교수)

방(龐)거사가 조리를 팔러 가던 차에 다리[橋]를 건너가다가 넘어졌다. 그의 딸 영조(靈照)가 아비가 넘어진 것을 보고, 아비 옆으로 가서 같이 넘어졌다.

 

거사가 말했다. “너 지금 뭐 하는 짓이냐?” 영조가 대답했다. “아버지께서 넘어진 것을 보고 제가 부축하는 겁니다.” 이에 거사가 말했다. “다행히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구나.” 방거사는 중국 당나라 때 살았던 뛰어난 재가 불교수행자다.

 

유마거사에 비견될만한 인물이다. 출가하지 않아 성(姓)에 거사라는 칭호만 붙여서 흔히 방거사라고 부른다.

원래 이름은 방온(龐蘊)이다. 그가 주로 활동한 양주(襄州) 땅은 현대 중국의 호북성 양번시 부근이니 중국의 중앙부다. 만년을 그곳에서 보냈기 때문에 그는 양주거사로도 불렸다.

 

오래전부터 선문(禪門)에서는 방거사가 독보적인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선수행자로 자주 소개되고 기억되었다.

특히 명나라 말기의 이탁오(李卓吾) 등 당대의 대표적인 지식인들은 그에 대한 경의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이유는 그가 출가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방거사의 딸 영조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영조는 방거사 못지않은 깊은 수행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사람이 넘어지면 부축해서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영조는 넘어진 아비 곁에 냉큼 같이 드러누웠다. 옛사람들은 이를 두고, “같이 죽고 같이 사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같이 죽고 같이 살아야 도반(道伴)이다. 손을 뻗어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 주는 것은 몸을 부축하는 것이다. 넘어진 사람 곁에 함께 넘어져 주는 것은 마음을 부축하는 것이다. 공감은 마음을 부축하는 일이다. 넘어진 사람을 비아냥대거나 걷어차는 게 다반사인 세상에서 나란히 같이 넘어지는 그 마음에 소스라친다.

[부산뉴스 기자 bs@bus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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